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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화폐의 기초

11화. 비트코인 발행량이 2,100만 개인 이유

비트코인을 처음 접한 사람들이 자주 던지는 질문이 있습니다.

"왜 하필 2,100만 개야? 1억 개도 아니고 1,000만 개도 아니고."

이 숫자는 우연이 아닙니다. 사토시 나카모토가 의도적으로 설계한 결과이며, 이 숫자 안에는 수학·경제·게임이론이 정교하게 얽혀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2,100만이라는 숫자가 어떻게 도출됐고 왜 중요한지를 풀어드립니다.

2,100만이라는 숫자의 정체

먼저 결론부터 말씀면, 2,100만은 사토시가 직접 정한 숫자가 아니라 그가 짠 코드의 '결과값'입니다. 사토시는 다음 두 가지 규칙만 정했습니다.

블록 보상은 처음에 50 BTC로 시작한다.
210,000블록(약 4년)마다 보상이 절반으로 줄어든다.

 

이 두 규칙을 따라 시간에 따른 신규 발행량을 모두 더하면, 수학적으로 약 20,999,999.9769 BTC라는 결과가 나옵니다. 정확히 2,100만에 약간 못 미치는 값이지만, 통상 '2,100만 개'로 표현하는 것이죠.

 

즉, 사토시는 "총량을 2,100만 개로 정해야지"라고 시작한 게 아니라, "보상 절반씩 깎는 규칙을 무한 반복하면 어디로 수렴하는가?" 의 답이 우연히 2,100만 근처였던 것입니다.

사토시는 왜 이 구조를 택했나

사토시는 2009년 한 이메일에서 다음과 같이 말한 적이 있습니다.

"동전을 어떤 가치로 정해야 할지 잘 몰라서, 일단 추측해서 정했다. 너무 많지도 너무 적지도 않게."

이 짧은 코멘트에 핵심이 담겨 있습니다. 사토시는 다음 세 가지를 동시에 만족하는 수를 원했습니다.

첫째, 너무 많지 않을 것. 발행량이 너무 많으면 희소성이 사라지고, 한 단위(1 BTC)의 가치가 너무 작아져 화폐로 기능하기 어려워집니다.
둘째, 너무 적지 않을 것. 발행량이 너무 적으면 일반 사용자가 0.0001 BTC 같은 너무 작은 단위를 다뤄야 해서 직관성이 떨어집니다.
셋째, 분할이 가능할 것. 비트코인은 소수점 8자리까지 분할이 가능합니다. 즉 가장 작은 단위는 0.00000001 BTC로, 이를 '사토시(satoshi)'라고 부릅니다. 2,100만 BTC × 1억 사토시 = 2,100조 사토시가 됩니다.

2,100조라는 숫자의 의미

2,100조라는 숫자가 흥미로운 이유가 있습니다.

전 세계 인구를 약 80억 명이라고 가정하면, 1인당 약 26만 사토시를 가질 수 있습니다. 이 정도면 모든 사람이 비트코인 단위로 거래해도 단위가 어색하지 않은 수준이죠.

 

또 한 가지 비교 거리는 글로벌 경제 규모입니다. 전 세계 통화 공급량(M2)은 수경 원에 달하는데, 2,100만 BTC를 8자리까지 쪼개면 충분히 글로벌 화폐의 단위로 쓸 수 있는 분해능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발행 일정: 시간 위에 그려진 그래프

비트코인의 발행 일정은 매우 독특한 곡선을 그립니다.

흥미로운 사실은 첫 4년 만에 절반이 채굴됐고, 2028년 시점에 이미 96.8%가 채굴된다는 점입니다. 마지막 3% 남짓이 그 후 100년 넘게 천천히 채굴되며, 2140년경 마지막 1사토시가 발행되고 끝납니다.

이런 식의 곡선은 흔히 '점근선 곡선'이라고 부르는데, 빠르게 늘어나다가 점점 천천히 늘어 한 값에 수렴하는 형태입니다.

잃어버린 비트코인까지 고려하면

2,100만 개는 '발행 가능한 최대치'일 뿐, 실제 유통되는 양은 더 적습니다. 잃어버린 비트코인이 어마어마하게 많기 때문이죠. 사토시의 100만 BTC는 15년 넘게 움직이지 않아 사실상 봉인됐고, 초창기 사용자들이 분실한 비트코인도 수백만 개로 추산됩니다. 분석 기관들은 영구히 사라진 비트코인을 300만~400만 개로 봅니다. 잃어버린 만큼 남은 비트코인은 더 희소해지는 셈입니다.

발행량은 정말 못 바꾸나

가끔 이런 질문이 나옵니다. "코드인데 누가 마음먹고 바꾸면 되지 않나?"

이론상으로는 가능합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거의 불가능합니다. 발행량을 늘리려면 전 세계 비트코인 노드와 채굴자 대다수의 합의가 필요합니다. 그런데 비트코인 보유자의 입장에서, 발행량 증가는 자기 자산 가치를 깎는 일입니다. 누구도 동의하지 않을 변경이죠.

게다가 비트코인의 가치 자체가 "발행량이 절대 변하지 않는다"는 약속 위에 서 있습니다. 이 약속을 바꾸는 순간 비트코인의 존재 이유가 무너집니다. 그래서 비트코인 커뮤니티는 2,100만이라는 숫자를 일종의 신성불가침으로 여깁니다.

자주 묻는 질문 (FAQ)

Q1. 마지막 1 BTC가 2140년에 채굴되는 게 정확한가요?
대략적인 추정치입니다. 채굴 속도와 난이도 조정에 따라 몇 년 정도 차이가 날 수 있습니다. 하지만 2140년경이라는 점은 거의 확실합니다.

Q2. 잃어버린 비트코인은 영영 회수가 안 되나요?
네, 회수 불가능합니다. 비트코인은 개인키를 잃으면 되찾을 방법이 없는 구조입니다. 분실된 비트코인은 영원히 그 주소에 잠긴 채로 남게 되며, 실질적으로 시장에서 영구 소각된 것과 같은 효과를 냅니다.

Q3. 다른 코인은 발행량이 다른가요?
네, 천차만별입니다. 이더리움은 총량 제한이 없고, 라이트코인은 8,400만 개, 도지코인은 무한 발행입니다. 각 코인은 설계 철학에 따라 발행량 정책을 다르게 정합니다.

정리

비트코인의 2,100만 개라는 숫자는 단순한 임의값이 아닙니다. "50 BTC에서 시작해 4년마다 절반씩 줄이는 규칙"이 만들어낸 수학적 결과이며, 이 안에는 희소성과 분할 가능성, 글로벌 사용성을 모두 고려한 사토시의 설계 철학이 담겨 있습니다.

여기까지가 시리즈의 2단계, 비트코인의 작동 원리편이었습니다. 이제 3단계로 넘어가, 비트코인을 직접 보유하고 거래할 때 반드시 마주치는 실전 용어들을 정리해보겠습니다. 시작은 보안의 첫걸음, '비트코인 지갑'입니다.

다음 글: [12화. 비트코인 지갑 종류 — 핫월렛·콜드월렛·하드웨어 지갑 비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