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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화폐

1-2. 공급 충격 모델의 붕괴 - 반감기는 왜 예전만큼 안 통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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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 요약 : 예전처럼 반감기만 오면 무조건 오르던 시대는 끝났습니다. 수학적으로 그 공급 충격이 매번 반토막 나고 있거든요. 2024년 반감기 이후 연간 신규 발행률은 0.85%에 불과하며, 이제 비트코인 가격을 움직이는 주역은 공급이 아니라 수요입니다. ETF와 트레저리 기업이 만들어낸 수요 충격이 반감기 효과를 완전히 덮어버리는 새로운 판이 열린 거죠.

 

 [지난 글 복습] "반갑기 = 상승"이라는 마법의 공식

 1화에서 비트코인의 4년 주기 사이클을 쭉 훑어봤죠. 우리가 비트코인에 관심을 가졌던 공식은 아주 단순했습니다.

반감기 → 공급 감소 → 수요 유지 또는 증가 → 가격 상승

 사실 이 공식이 지난 세 번의 사이클에서는 기가 막히게 맞아 떨여졌습니다. 8,800%, 2,970%, 700%라는 경이로운 상승률이 그 증거입니다. 하지만 4차 사이클에서는 고작 98% 상승에 그쳤고, 심지어 2025년에는 반감기 다음 해임에도 역사상 처음으로 -9%라는 하락을 기록했습니다. 아주 당혹스러운 기억이죠.

 반감기라는 이벤트 자체가 약해진 건지 아니면 시장 구조가 근본적으로 바뀐 건지 그 이유가 뭘까요? 제 생각에는 두 가지 모두 영향을 미친 것 같습니다.

 

1. 반감기 효과의 수학적 체감 - 숫자가 말하는 진실

 1) 공급 충격은 매번 절반씩 줄어듭니다

 반감기의 핵심은 "새로 만들어지는 비트코인의 양이 절반으로 줄어든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여기서 놓치기 쉬운 포인트가 있습니다. 절대량은 줄어들지만 상대적 영향력은 더 급격히 줄어든다는 것이죠.

반감기 일일 신규 발행량 감소분 연간 신규 발행률 유통량 대비 비중
1차 (2012) 7,200 → 3,600 BTC -3,600 BTC 25% → 12% 매우 큼
2차 (2016) 3,600 → 1,800 BTC -1,800 BTC 8% → 4%
3차 (2020) 1,800 → 900 BTC -900 BTC 3.6% → 1.7% 보통
4차 (2024) 900 → 450 BTC -450 BTC 1.7% → 0.85% 미미함
5차 (2028, 예정) 450 → 225 BTC -225 BTC 0.85% → 0.4% 거의 무의미

 2012년에는 하루 신규 발행량이 3,600 BTC가 줄어들었습니다. 당시 유통량이 약 1,050만 개였으니 전체 발행량의 0.03%가 매일 줄어드는 셈이었죠. 이건 말 그대로 시장을 뒤흔드는 진짜 공급 충격이었습니다. 하지만 2024년에는 하루 450 BTC가 줄어들었습니다. 유통량 1,970만 개 대비 0.002%로 유통량 대비 신규 발행량의 비중이 급격히 줄어들었습니다. 신규 발행량이 시장에 미치는 충격은 2012년 대비 15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들었습니다.

 

 2) 0.85%의 의미 - 금보다 희소해진 건 맞는데...

 2024년 반감기 이후 비트코인의 연간 신규 발행률은 0.85%로 줄어들었습니다. 이 숫자는 금의 연간 공급 증가율(약 1.5%~2%) 보다 낮습니다. 비트코인이 수학적으로 금보다 희소한 자산이 된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하지만 "원래 희소하다"와 시간이 흐를수록 "더 희소해졌다"는 투자의 관점에서 완전히 다른 이야기입니다.

  • 2012년 : 연간 신규 발행률 25% → 12%(13% p 감소)
  • 2024년 : 연간 신규 발행률 1.7% → 0.85%(0.85% p 감소)

 감소폭 자체가 과거의 15분의 1 밖에 안 됩니다. 반감기가 만드는 공급 충격의 임팩트가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들고 있다는 뜻이죠. 2028년 반감기에서는 0.85%가 0.4%로 줄어들고(0.45% p 변화), 2032년에는 0.4%가 0.2%로 떨어질 겁니다. 이쯤 되면 반감기 공급 충격은 시장에서 사실상 체감하기조차 힘든 수준이 됩니다.

 

 3) 한때 유행했던 Stock-to-Flow(S2F) 모델의 뼈아픈 한계

 한때 비트코인 가격 예측에 중요하게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했던 S2F 모델은 이 체감 문제를 잘 보여줍니다. S2F는 기존 재고량을 연간 생산량으로 나눈 비율인데, 반감기마다 이 비율이 급등하므로 가격도 급등해야 한다는 논리였죠.

 지금까지 S2F 모델은 2020년 1차~3차 반감기 사이클까지는 놀라울 정도로 잘 맞았습니다. 하지만 2024년 4차 반감기 사이클에서는 이 모델이 크게 빗나갔죠. 모델이 예측한 가격은 $400,000 이상이었지만, 실제 고점은 $126,198에 그쳤습니다.

 이 모델이 틀린 이유는 뭘까요? 그 이유는 단순하다고 생각합니다. S2F는 수요를 항상 똑같은 상수로 가정하기 때문입니다. 공급이 줄면 가격이 오른다는 전제 자체가 최소한의 수요는 유지된다는 말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현실에서 수요는 절대 동일하게 유지되지 않습니다. 매크로 환경, 규제, 투자 심리에 의해 격렬하게 출렁이죠.

 

2. 수요 주도 시장으로의 전환 : 판이 바뀌었다

 1) 가장 소름 돋는 결정적 숫자 : 34 대 1

 공급 충격이 왜 더 이상 주역이 아닌지는 다음 내용과 숫자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2024년 11월 어느 화요일에 블랙록의 IBIT ETF 하나가 하루에 매수한 금액은 약 $13.8억이었습니다. 같은 날 전 섹 채굴자들이 생산한 신규 비트코인의 총가치는 약 $4,000만이었습니다.

 34 대 1. 단 하나의 ETF가 하루 만에 채굴자 전체 일일 생산량의 34배를 가뿐히 쓸어 담은 것입니다. 이건 어쩌다 한 번 일어난 하루짜리 해프닝이 아닙니다. 연간으로 봐도 구조적으로 같은 현상이 나타나고 있거든요.

 

 2) 연간 수급 비교 - 공급 충격 vs 수요 충격

 2024년 반감기 때 줄어든 연간 신규 발행량은 약 164,250 BTC(450 BTC × 365일)입니다. 2025년 말 가격 기준으로 약 $146억 규모입니다. 같은 기간, ETF 복합체 전체가 흡수한 자금은 약 $467억입니다. 반감기의 연간 공급 감소분의 3배 이상을 기관 수요가 단독으로 흡수한 겁니다. 심지어 가격이 하락한 해에 발생한 수요죠.

구분 규모 비교
반감기 연간 공급 감소 ~$146억 900 → 450 BTC/일 차이
2025년 ETF 순유입 ~$467억 CoinShares 기준
블랙록 IBIT 보유량 ~773,000 BTC (~$708억) 2026년 1월 기준
ETF 복합체 총 AUM ~$1,138억 2024년 1월 이후 누적

 

위 표를 보면 상황이 한눈에 들어오시죠? 이 데이터가 말하는 바는 너무나 명확합니다. 비트코인 가격의 주요 동력이 공급 감소에서 수요 증감으로 완전히 이동했다는 겁니다.

 

3. 누가 수요를 만드는가 - 개미에서 기관으로의 손바뀜

 과거 3번의 사이클에서 가격을 끌어올린 것은 저를 포함한 개인 투자자의 FOMO였습니다. 소셜 미디어에서 반감기 내러티브가 확산되면, 개미들이 몰려들어 가격을 밀어 올리고 과열되면 폭락하는 패턴이 반복됐죠. 하지만 이번 4차 사이클에서는 게임의 룰이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시장의 새로운 주역인 기관 투자자의 특성은 아래와 같습니다.

  • 연기금, 자산운용사, 트레저리 기업은 장기 보유 전략을 취합니다.
  • 패닉셀을 하지 않기 때문에 가격 하락을 탄탄하게 방어해 줍니다.
  • 매매 결정이 반감기 시점에 따른 매수 과열이 아닌, 철저한 포트폴리오 전략, 규제 환경, 매크로 지표에 의해 이루어집니다.

 결과적으로 시장의 급격한 변동성이 줄어들고 오를 때도 천천히, 빠질 때도 덜 빠지게 된 거죠.

 이 구조적인 변화는 데이터로도 뚜렷하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 2012년~2020년 사이클의 연환산 실현 변동성은 150%를 넘었습니다. 하지만 2024년 ETF 출시 이후 이 수치는 눈에 띄게 압축됐습니다. 고점에서의 수익 실현도 예전처럼 극단적인 배수에서 일어나지 않고 저점에서는 대기 자금이 훨씬 더 빠르게 유입되는 패턴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4. 수요를 읽는 나만의 새로운 프레임워크

 반감기 공급 충격이 약해진 시대에 "언제 올라가는지"를 판단하려면 수요 측 변수를 추적해야 합니다. 핵심 수요 동력은 세 가지로 압축해 볼 수 있습니다.

 1) ETF 자금의 흐름 - 기관들의 속마음을 읽는 실시간 체온계

 현물 ETF의 일일 순 유입/순 유출은 이제 비트코인 시장에서 가장 즉각적인 가격 신호 중 하나가 되었습니다. ETF가 순 유입되면 월가의 형님들이 사고 있다는 뜻이고 순 유출되면 빼고 있다는 뜻이니까요.

 예를 들어, 2026년 3월에 ETF 자금이 순 유출에서 순 유입으로 전환된 것은 1분기의 23% 하락에도 불구하고 기관 매수세가 돌아오기 시작했다는 신호 중 하나로 볼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반감기를 지속적으로 카운트하는 것보다는 ETF 유입량을 체크하는 것이 훨씬 중요하고 실전적인 투자가 되었습니다.

 

 2) 트레저리 기업 - 든든한 롱텀 앵커

 스트래티지(구, 마이크로스트래티지)는 비트코인을 기업 자산으로 보유하는 전략의 선구자이죠. 2025년 말 기준 약 1,299 BTC를 추가 매수하며 평균 단가 $88,000 부근에서도 지속적으로 물량을 모아가고 있습니다. 이런 트레저리 기업이 무서운 점은 비트코인 가격이 떨어져도 매수를 멈추지 않는다는 겁니다. 일반 개인 투자자들의 심리, 행동과는 근본적으로 다르죠. JP모건에서도 스트래티지의 기업가치 대비 비트코인 비중이 유지되는 한, 시장이 이를 강력한 "신뢰의 신호"로 받아들일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트레저리 기업들과 ETF물량을 모두 합치면 조만간 사토시 나카모토의 추정 보유량(약 110만 BTC)을 넘어설 가능성까지 언급되고 있습니다. 비트코인의 소유 구조 자체가 바뀌고 있는 엄청난 지각변동입니다.

 

 3) 글로벌 매크로 유동성 - 시장을 쥐락펴락하는 가장 큰 스위치

 비트코인이 제도권 자산이 되면서 글로벌 M2 통화량과의 상관관계가 매우 높아졌습니다. 원리는 아주 직관적입니다.

 중앙은행이 돈을 풀면(M2 증가) → 넘치는 유동성이 위험자산으로 흘러가고 → 비트코인도 수혜를 받습니다.

 반대로 돈을 조이면(M2 감소, 금리 인상) → 자금이 빠지면서 → 비트코인 가격도 하락하죠.

 2022년 금리 인상기에 주식과 함께 코인이 폭락했던 것과 2023년~2025년 유동성 회복기에 비트코인이 다시 상승했던 것 모두 이 메커니즘으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이건 반감기 사이클과는 완전히 별개의 동력입니다. 반감기가 없는 해라도 M2가 늘어나면 비트코인은 오르고, 반감기가 와도 M2가 감소하면 가격은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5. 결론 : 공급 충격 모델의 붕괴가 우리에게 던지는 메시지

 여기서 절대 오해하면 안 되는 게 있습니다. 공급 충격 모델이 완전히 틀렸다는 것은 아니에요. 비트코인 가격 상승의 핵심 동력에서 보조 동력으로 역할이 바뀌었을 뿐입니다. 비유하자면 아래와 같습니다.

  • 2012년~2016년 : 반감기가 메인 엔진이고 수요가 연료였습니다. 엔진 출력이 워낙 좋으니 약간의 연료만 있어도 쌩쌩 달렸죠.
  • 2024년 이후 : 거대한 기관 수요가 엔진이고 반감기는 이를 보조하는 부스터에 가깝습니다. 아무리 부스터(반감기)를 달아놔도 메인 엔진(기관 수요, 매크로 유동성)이 꺼져 있으면 더 나아갈 수 없습니다.

 이 흐름을 이해했다면 우리의 투자 전략에도 변화가 필요합니다.

  •  과거에 유효했던 전략 : 반감기 6개월 전에 사서 반감기 후 18개월 뒤에 매도한다
  •  현실적으로 유효한 전략 : ETF 자금 흐름 + 글로벌 M2 방향 + 온체인 지표를 종합해서 매매 타이밍을 판단한다

 반감기는 여전히 시장 심리에 영향을 주는 큰 이벤트이지만 과거와 달리 반감기 단독으로 사이클을 만들 수 있는 힘은 더 이상 없습니다.

 

6. 그럼 다가올 2028년 반감기는 아무 의미가 없을까?

 그래도 여전히 다음 반감기는 여전히 의미가 있는 중요한 이벤트라고 생각합니다.

 첫째, 내러티브 효과. 반감기는 여전히 대중과 언론의 관심을 끄는 중요한 이벤트입니다. "비트코인 채굴량이 반으로 줄었다"라는 기사는 신규 투자자를 끌어들이는 촉매 역할을 하거든요.

 둘째, 채굴자 생태계 재편의 촉매. 보상이 줄어들 때마다 효율이 낮은 채굴자들은 퇴출되고 산업은 건강하게 재편됩니다. 이 과정에서 해시레이트 일시 하락 → 채굴 난이도 조정 → 생존한 채굴자 수익 회복이라는 사이클이 네트워크 건전성을 유지합니다.

 셋째, 심리적 앵커. 4년이라는 주가는 투자자들에게 "축적기"와 수확기"를 구분하는 심리적인 프레임을 제공합니다. 모두가 그렇게 믿고 행동하면 그 믿음 자체가 자기실현적 예언으로 작동할 수 있거든요.

 다만 꼭 기억해야 할 건, 2028년 반감기로 줄어드는 공급량(0.85% → 0.4%)은 시장가로 환산하면 연간 $70억~$80억 수준에 불과할 겁니다. 만약 그때까지 ETF들이 150만 개 이상의 비트코인을 보유하게 된다면 반감기가 주는 공급 충격은 기관이 마음먹고 쓸어 담으면 단기간에 쓸어 담을 수 있는 수준에 불과해질 것입니다.

 

7. 우리가 지금 취해야 할 마인드셋은?

 1) 반감기의 공급 충격은 수학적으로 사이클마다 절반씩 줄어듭니다. 매번 반토막 난다는 말이죠. 2024년 연간 신규 발행량 0.85%는 이미 금의 연간 공급량보다 낮아졌지만, 비트코인 신규 발행량의 폭은 과거의 15분의 1로 미미해졌습니다.

 2) 비트코인 가격을 결정짓는 주요 동력은 공급이 아니라 수요로 바뀌고 있습니다. 2025년 한 해 동안 ETF가 빨아들인 물량은 반감기로 줄어든 공급량의 3배 이상입니다.

 3) 반감기 = 상승이라는 공식은 수정이 필요해졌습니다. 반감기는 여전히 의미가 있지만, 비트코인 가격을 상승시킬 수 있는 핵심 동력에서 복합 변수 중 하나로 의미가 내려왔습니다. 이제는 반감기 달력을 볼 게 아니라 ETF 자금이 유입되는지, 시중에 돈(M2)이 풀리는지 등을 읽는 것이 더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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